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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구체관절 인형 만들기 1

연전에 '골룸A'를 만들 때 구체관절의 방식을 일부 도입한 바 있지만, 실력이 미천한지라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드랬소.
그리하여,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 보자!" 라는 일념 아래 고심한 끝에 구체관절 인형을 함 만들어 보기로 작정하였소.

무당 장구탓 한다고, 꼴에 이런 저런 재료와 도구를 사재기한 끝에 작업을 시작하였으니, 이에 작업일지를 올리는 바요.


2004년 4월 4일, 작업 시작.

언제나 설계부터.
무엇을 모델로 하였는지는 부끄러우니 밝히지 않도록 하겠소.
대개의 구체관절 인형은 신장이 30~60센티 가량이지만, 큰 것을 싫어하는 소햏의 성격상, 키 15센티로 정하였소.
그림에 표시된 동그라미들이 관절에 들어갈 구(球) 되겠소.
측면도에서 대가리가 너무 크고 엉덩이가 빈약하게 그려졌구료..;

구체관절에서는 몸통과 팔다리 속으로 고무줄이 종횡무진하는 구조를 갖는 관계로, 속이 비게 만들어야 하오.
일반적으로는 스티로폼 같은 걸로 심재를 만들어 점토를 바르고 굳힌 뒤 스티로폼을 제거하는 방식을 취하오만,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소햏의 성격상, 그냥 두꺼운 종이를 대충 잘라 적당한 중공구조를 만들었소.
(사실 두루마리 화장지 심 되겠소..;)

목 부분은 빨대를 짤막하게 잘라 붙이고, 대충 종이테이프로 얼기설기 엮었소.

이제 주재료인 점토를 준비하오.
점토는 일본 파디코사의 '라 돌'. 저만큼에 6천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을 자랑하오만, 손가락만큼에 5천원씩 하는 에폭시 퍼티에 비하면야 껌값 되겠소.
석분점토라고 하여, 마르면 석고 비슷하게 돌처럼 굳게 되오. 깨짐에 대한 내구성도 에폭시 퍼티보다는 나은듯 하오.

옛날 하고도 아주 먼 옛날, 소시적 미술시간에 지점토 갖고 놀던 기억을 되살려 열심히 반죽해야 하오.

준비된 심재에 점토를 조금씩 둘러 씌우오.
붙이는 도중에 굳어버리려 하면 물을 조금씩 묻혀가면서 작업하면 쉬이 되오.

언제부터인가 쌔끈한 근육질을 좋아하는 소햏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었소.
점토는 깎아내고 덧붙이는 게 수월하므로 대충대충 해도 되오.
(그러다 결국 대충대충 끝내는 게 문제 되겠소..;)

팔다리 부분은 빨대를 심재로 하였소.
어릴 적 요구르트 먹을 때 썼던 바로 그 하얀 빨대 두 개면 충분하오.

빨대에 이렇게 종이테이프를 감고,

느닷없이 상완부가 만들어졌소.
근육의 미묘한 모양새 같은 것은 대략 생략해버리기로 작정하였소.

어느덧 대퇴부를 만들고 있소.
점토를 조금씩 붙이고 헤라(소조 도구)로 펴 바르면 나중에 사포질을 대충 해도 될만큼 매끈하게 되오.

하여, 이렇게 몸통과 팔다리의 9 부분이 대략 성형되었소.
관절이 될 부분은 다 굳은 다음에 점토를 덧붙여서 만들어야겠소.

이제 손을 만드오.
알루미늄선을 이용해서 뼈대를 잡았소. 두 손 다 뭔가를 쥐는 모양새요.
여기다 조심스레 점토를 씌우면 되겠소.

발도 마찬가지 되겠소.
좀 작은 경향이 있지만, 이는 차후 발등에 관절구를 붙이면서 좀 키우면 되오.
(사실 실수였소..;)

관절구를 만드오.
목(경), 어깨(견), 팔꿈치(주), 손목(완), 엉치(고), 무릎(슬), 발목(과) 도합 13 부분에 관절구가 들어가게 되는데, 굳이 각 관절마다 완전한 구체를 넣을 필요는 없고, 반구 정도만 되면 되므로, 이렇게 좌우 합쳐 하나씩만 만들어서 두 쪽으로 잘라 쓸 생각이오.
구체 만드는 방법은 간단. 점토를 적당량 떼어 손가락 사이에 두고 열라! 동글동글 비벼서 되도록 구체에 가깝게 만들면 되오.
(말은 쉽소..;)

이제 머리를 만들 차례이오.
머리는 대략 속이 빈 구체가 되어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속을 파낼 작정을 하였소.
화장지를 대충 둥글게 뭉쳐 투명테이프로 칭칭 동여매어 심재를 만들고,

점토를 입혀 공처럼 만들고 말리면 되오.

각 부분이 마르는 동안 한 숨 자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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