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Lewis 햏이 일전의 포스트(2008/01/15 - 한약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에 대한 일부 의학 전공자들의 견해를 전해 주었기에 추가로 자료를 제시하는 바이오.
예로부터 온라인 토론의 양상을 볼작시면, 대다수 논자들이 단순 경험과 추측에 근거하여 썰을 푸는 것을 볼 수 있었소. 소햏 99년도부터 이전투구 양상의 온라인 토론을 즐겼던 바, 이런 상황이 현재까지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소(이 역시 단순 경험에 근거한 것이로구료.. 호호호)
0. 먼저, 용어상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한의사의 처방으로 복용한 한약과 환자 임의로 복용한 각종 건강식품 및 이런저런 민간요법을 합쳐서 '한건민'이라 통칭하겠소. 좀 유치하지만 양해를 바라오.
1. 일단 양약의 처방빈도가 한약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단순비교는 어렵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뭐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구체적인 통계라도 제시해 주길 바랄 뿐이오. 소햏이 추측하기에도 양약이 한약보다 많이 쓰이는 것 같기는 하오만.. 양약 복용 그룹보다는 건강식품 복용 그룹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실상은 어떨지 모르겠소.
천우정 외, 경주지역에서 식물제제에 의한 급성 간손상 환자의 임상적 고찰. 대한간학회지, 2002;8(2s):s-7p.
2. 위 자료 또한 대한간학회(한의학계가 아닌 의학계의 저명학회 되겠소)의 학술발표 자료 되겠소.
이에 의하면, 간손상의 양상이 양약/한건민의 두 군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하지 않소? n수가 겨우(?) 150예에 불과(?)해서 안심하긴 이르오만..
게다가, 간손상의 원인평가기준인 CIOMS 진단점수표와 M&V 진단점수표를 적용한 결과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오. 즉, 의사의 주관적인 진단이 아닌 객관적 진단점수표를 도입할 경우 한건민이 간손상의 원인으로 인정될지 말지도 확실치 않다는 말 되지 않소?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게 주제가 아니므로 넘어가오.
위 자료는 간손상의 양상에 대해서 나올 뿐, 그 증상의 경중에 대해서는 말이 없지 않느냐? 라는 반론이 나올 것 같아서, 자료를 하나 더 제시하오.
김진배 외, 급성 독성 간손상의 임상적 양상. 대한간학회지, 2004;10(2):128,130pp.
역시 대한간학회의 논문 되겠소. 소햏이 이렇게 꿋꿋하게 대한간학회의 자료만을 근거로 하는 까닭은, 학술적으로 인정될만한 국내자료로써 이 학회의 것만한 자료가 없기도 할 뿐더러, 한의학계의 자료 따위 제시해 봐야 믿어주지도 않기 때문이오. 토론에서 상대측의 논거를 꺾는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상대측의 주장과 근거 사이의 모순점을 파헤치는 것이기도 하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소.
(1) 간손상의 원인약제로써 양약은 평균 12일, 한건민은 평균 33일만에 간손상의 증상이 나타났다 하오. 이 또한 놀라운 사실이오. 의학전공자들은 처방빈도를 언급하였지만, 이 수치에 따르면 복용기간에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 않소? 33일 연속으로 삼겹살만 먹어도 간손상은 나타날 것 같구료.
(2) 간수치가 정상회복되는 데 소요된 기간은 양약/한건민에 차이가 없었다 하오. 더 오래 복용하여 문제가 생겨도 원상복귀되는 데는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소? 32±33일이라는 압박이 있지만,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오.
(3) 증상이 심한 비율 또한 양약/한건민에 차이가 없었다 하오. 양약에 비해서 한건민이 특별히 더 위중한 손상을 유발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 아니겠소?
3. 양약은 간손상 부작용이 예상되는 경우 간기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간손상이 나타나면 바로 조치가 취해지므로 안전하지만, 한약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소만, 이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게 없으니 글쎄.. 그야말로 글쎄.. 로구료.
4. 한약의 성분, 부작용, 용법, 용량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소.
이미 성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게 드물 정도로 많은 연구가 되어 있고(주로 다국적 제약회사와 약학계에서), 이중 위험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분(대부분 각종 알칼로이드) 또한 알려져 있소.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요. 재미있는 것은, 위험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분을 함유한 약재는 대부분 처방집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왜냐하면, 아주 먼 옛날부터 그런 위험한 약재는 이미 처방에서 도태되었기 때문이오(누군가 먹고 죽은 풀은 다음부턴 안 먹게 되는 법이오).
용법과 용량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많은 연구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이라 하겠소. 현재까지는 한의사들이 옛 처방집에 근거하여 쓰고 있소만(예컨대 '爲末每二錢水煎服' - 가루내어 매번 6g씩 물에 달여 먹으라;), 과연 그것이 가장 합당한 용법 용량인지, 더 거슬러서 모종의 약재가 과연 모종의 효능이 있는지 현대적 연구로 검증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고 동감하는 바이오. 아울러 한약재의 표준화 문제는 그야말로 소햏 몸담고 있는 본초학계의 절대적 지상과제라 할 수 있소.
다만, 연구를 하고 싶어도 여건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소. 양약 시장과 비교해서 한약(건강식품 제외) 시장은 터무니없이 작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되는 예산도 몹시 부족한 실정이오. 예컨대 약재 한 가지를 유전독성까지 실험하려면 쥐를 가지고 해도 1억 쯤은 우습게 날아가는데, 그만큼만 해도 한의과대학 1개 교실의 몇 년 예산에 해당하는 비용 되겠소.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은, 그리고 한의사들의 연구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주류의학계로부터 멸시당하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소햏도 확신하는 바이오.
말이 길어졌소만, 언젠가 한의학 연구에 관해 심도 있게 궁시렁거릴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이만 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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