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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뭐라/한약잡설

쯔무라 과립제에 대한 오해


많은 한의사들이 국산 과립제의 효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일본 쯔무라(Tsumura http://www.tsumura.co.jp)에서 나오는 과립제를 찬양하곤 하오.
쯔무라 과립제의 품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체의 부형제가 없다'는 식으로 잘못된 내용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고자 하오.

의문 :
쯔무라 과립제에는 첨가제가 없는가?

과립제에 쓸 수 있는 첨가제로는 부형제, 결합제, 붕해제, 교미제, 방향제, 착색제 및 코팅제가 있으며[각주:1], 한약제제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부형제로는 유당과 전분(감자/밀/쌀/옥수수전분)이 있소. 추출물의 특성에 따라서 부형제 한 가지만 쓸 때도 있고 다른 첨가제 몇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할 때도 있소.
부형제가 없는 과립제를 '백산제'라고 부르기도 하오만,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생산기술은 다들 보유하고 있으나 수요가 없으니 생산량이 거의 없소.
많은 한의사들은 쯔무라 과립제가 백산제인줄로 알지만, 쯔무라에서도 과립제를 만들 때 부형제를 첨가하오. 부형제가 없으면 제제의 품질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오.


위 그림은 쯔무라 갈근탕 엑스과립에 대한 설명이오.[각주:2]
성분 부분에 분명히 "이 제품 5.0g 중에 갈근탕 엑스가 2.8g 함유되어 있다"고 나와있소.
갈근탕 엑스과립 5g 중에 갈근탕 엑스는 2.8g, 즉 56%가 추출물이고 나머지 44%는 첨가제 되겠소.
(그림 맨 아래에 어떤 첨가물을 썼는지 나와 있소. 스테아린산 마그네슘, 유당수화물 및 자당 지방산 에스테르를 첨가물로 썼다고 하오. 이 중에 유당수화물이 부형제 되겠소.)

말인즉슨, 쯔무라 과립제도 첨가제가 상당량 들어간다는 말쌈.


그런데, 위 그림에서 갈근탕 엑스 2.8g이라면서 각 약재들의 함량은 도합 11.22g에 달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라는 의문을 갖는 햏자가 있을 것이오. 자세히 보면 '2/3 양'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건조약재로 환산하면 7.48g이 들어 있다는 말인데, 이는 약재 7.48g을 추출하여 찌꺼기는 버리고 추출액만을 건조한 엑스가 2.8g이라는 말 되겠소. 추출수율이 대략 37.4% 정도 되므로 상당히 높은 편이로구료.

한편 국산 과립제를 보면, 예를 들어 한중제약의 갈근탕 과립제는...
"1회용량(5.0g) 중 갈근(2.67g), 대추(1.33g), 마황(1.33g), 감초(0.67g), 계피(1.0g), 작약(1.0g), 건강(0.33g)"
이라고 하오.[각주:3] 약재 뒤에 붙은 수치는 건조약재 환산 무게이므로, 합산하면 건조약재 8.33g.
그런데, 쯔무라 갈근탕은 1일 5g 복용(2.5g씩 2회)이고 한중제약 갈근탕은 1일 15g 복용(5g씩 3회)이므로, 1일 복용량을 건조약재 무게로 환산하면 쯔무라는 7.48g, 한중제약은 24.99g ㄷㄷ
건조약재로 따졌을 때 무려 3.3배 이상을 복용하는 셈인데, 이런데도 효능이 더 약하다고 알려진 것은 무슨 까닭이리오?

생각건대,

추측1. 쯔무라를 주면서 "최고급 일본산 약" 드립 → 환자의 플라시보 극대화("비싼 것은 좋은 것이여")
추측2. '값비싼 쯔무라' 자기세뇌 → 약간의 증상 호전이라도 발견되면 '역시 쯔무라' → 동료 한의사들에게 RT
추측3. 원료 약재의 질 차이
추측4. 체내 흡수를 최대화하는 쯔무라만의 미묘한 제약기술

이 네 가지 정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오. 특히, 추측1과 추측2도 무시 못하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추측3. 원료 약재의 질 차이'라고 사료되오.
이를테면 국내에 유통되는 계피(대한약전에서는 '육계')의 경우 저가품과 최상품의 가격 차이가 6~7배 이상 나는데, 원산지에서는 비싸서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들여올 엄두도 못내는 최고급품을 일본에서 아도쳐(;) 가져간다고 알려져 있소.
저등급 육우와 1++급 한우의 맛이 다르듯이 약재도 저급품과 고급품의 효능 차이가 엄존함이 당연하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귀찮으니 이만.

아차,

의약품의 첨가제는 법적으로 직접적인 약리작용을 나타내지 않고 제제의 치료효과를 변하게 하지 않는 물질을 쓰게 되어 있소.[각주:4]
따라서 애초에 '부형제가 약효를 저해한다'는 드립은 성립할 수 없음이오.



  1. 대한약전 제제총칙 [본문으로]
  2. http://www.tsumura.co.jp/products/karyu/index.htm [본문으로]
  3. http://www.hzpharm.co.kr/g_bbs/bbs/board.php?bo_table=product05&wr_id=2 [본문으로]
  4. 대한약전 통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