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5년 7월.

어지간해서는 먹을 것이 떨어져도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아니하는 소햏.
여차저차 한의대와 약대 교수 및 대학원생, 식약청과 한국한의학연구원 관계자, 개원 한의사, 한약업사 등 본초(또는 생약)를 사랑하는 인사들 30여 명으로 구성된 '해외 본초자원 답사'에 동참하여 서해 건너 황사의 대륙을 밟아볼 수 있게 되었소.

황사의 대륙.
목적지는 섬서성, 청해성, 사천성.


6월.

소햏같은 군미필자는 국외여행을 하는 데 여러모로 준비할 것이 많소.
그 중 가장 까다로운 게 '국외여행허가서' 되겠소.
어렵사리 귀국보증인을 확보하여 보증인들의 인감증명서와 재산세과세증명서를 준비하였소.

헌데..

2005년 7월 1일부터 국외여행허가시 귀국보증제도 폐지!

잘 된 일이긴 하오만, 미리 알지 못하였던 것이 아니꼬울 따름이오.

* * *

7월 11일 새벽.

신발을 신고 삼례역으로 이동 -> 무궁화호를 타고 전주역으로 이동 -> 택시를 타고 전주코아호텔로 이동 ->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

비행기 타기 전에 다종의 육상교통을 섭렵해주는 센스 되겠소.

* * *

출발.

10시 30분발 아히하나.
좌석은 적절하게도 한 가운데(경치 따위 보이지 않소).
허나, 어차피 피로에 지친 몸. 한소끔 자다가 주는 밥 먹고 또 자다 보니 서안 도착.

도착하자마자 일단 밥부터 먹고 시작하오.

중국에서 먹는 첫 음식이자 중국에서 찍은 첫 사진.
저 이름모를 무슨 볶음을 필두로 이러저러한 음식들이 회전식탁을 종횡무진하였소.

맛은 대략 나쁘지 않았으나, 이는 사전에 여행사측에서 손을 써 향신료 같은 걸 빼고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오.
아무 거나 대략 잘 먹는 소햏이지만, 오리지날 중국음식은 왠지 못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소.

* * *

버스에 승차.

버스는 어디론가 붕붕 달려가오.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위험해 보이는 사암절벽 사이를 누비며, 조명 없는 터널을 지나, 황량한 바위 계곡을 뒤로 한 채 달려가오.
두 시간쯤 달리다, 어느 언덕배기에서 버스는 그만 주저앉고 마오. 엔진룸에서 거뭇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대략 낭패스런 상황.

고수의 나라, 중국.
이럴 땐 고수의 손길이 필요한 법. 나무토막 하나와 스패너 하나를 양손에 나눠쥐고 고장난 버스로 다가오는 내가고수풍의 정비사.

"그까이꺼 대충 엔진 들어내고 황소 몇 마리 앞에 매면 되지 뭐.."
라는 눈빛을 보내는 듯한, 손가락 살짝 튕겨서 버스를 뒤집어 버릴 것 같은, 늠름한 자태의 소년고수.

이 틈을 타 '이국적인 정취' 속의 포즈를 취하는 인데스.


역시 고수의 손길에 버스는 곧 활력을 되찾고, 다시 붕붕 달리오.
한 시간 반 정도 달리자,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소.

서안 천화 상주 황금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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