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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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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집총 거부는 과연 용납되지 못할 일인가? …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3월이라면 이북이 한창 전쟁준비에 힘쓸 때인데, 이때 인민군에 징집된 안식교 청년들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끝까지 집총을 거부하자 인민군 당국은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 중 일부는 재징집되었다. 전쟁 기간 중임에도 이들이 집총을 거부하자 총살시킨다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지만, 인민군은 결국 이들을 비무장 병과인 피복창에 근무하도록 하거나 장애인들로 구성된 비무장 후방부대에 편입시켰다. - 한홍구, 대한민국史(02), 한겨레출판, 2003:211p. 무려 인민군이, 무려 한국전쟁 직전에, 집총거부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사실. 그런데 우리는(만) 왜 용납하지 못할까?
현실은? 왕관 없는 전제 정권. … 어느새 전제 군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들의 외양은 예전의 폭군들과 달라. 그들은 역설을 구사해. 반인종주의의 기치를 내걸면서 인종주의적인 정책을 펴고, 세계 평화라는 이상을 내세워 폭력을 사용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내세워 사람들을 죽여. 그들은 단순하고 저희끼리 똘똘 뭉쳐 있어. 반면에 그에 맞서야 할 자유 세력은 복잡하게 분열되어 있고 허약해. 결국 그 전제 군주들이 승리할 수도 있어. 그러면 인류의 미래는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 상태가 될 거야.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4), 열린책들, 2009:560p. SF는 기본적으로 현실에 대한 풍자요. 베르나르씨의 저 통렬한 지적이 딱 들어맞는 것이 우리의 시궁창 현실이기도 하오. 특히나, 기막힌 언행불일치를 보여주시는 어느 정권 수반을 보면..
제리가 여태껏 무탈한 까닭은? … 인간 양 떼는 자유를 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매 하고 울어 대지만, 자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유를 노래하기도 하고, 그것을 자기들 소원과 욕망의 한복판에 놓기도 하지만, 내심으로는 정작 자유가 주어지면 골치가 아프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너희 백성들은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으며, 자기들의 의견을 묻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들은 불평과 지청구를 일삼고, 자기들의 지도자를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몰래 숭배한다. 저마다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한 가지, 이웃 사람보다 조금 더 갖는 것뿐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3), 열린책들, 2009:320p. 어딘지 반성할만한 거리를 주는 대목이오.
나비효과의 어원 … 그래서 로렌츠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에 미국의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은 나중에 나비효과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처음에 로렌츠는 나비 대신 갈매기를 예로 들었다가 시적 효과를 위해 나비로 바꾸었다고 한다). - 남경태, 개념어사전, 들녘, 2006:376p. 나비효과는 갈매기효과로 불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오. 갈매기를 나비로 바꾼 것은 '시적 효과'에 참으로 적당했음이오. 그런데, 정확히는 베이징이 아니라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이 아니라 텍사스에 폭풍이 아니라 토네이도를 일으킬까나(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이며, 사..
좌익과 우익의 어원 … 하지만 좌익/우익이라는 명칭 자체는 정치적 성향에서 나온 게 아니다. 마침 국민공회에서 지롱드당은 오른쪽에 있는 좌석에 앉았고, 자코뱅당은 왼쪽에 앉았다.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게 된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좌익과 보수적이고 온건한 우익의 개념은 단순한 좌석 배치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 남경태, 개념어사전, 들녘, 2006:353-4pp. 좌파는 그저 왼쪽에 앉아 있어서 그렇게 붙은 것일 뿐. 그런데 하필 왼쪽에 앉았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쪽'이라는 위치가 갖는 의미는 대체로 '나쁜 쪽'인지라(오른쪽은 옳은 쪽), 좌파니 좌익이니 하는 지칭에 부정적인 편견이 담기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소. 애초에 자코뱅당이 오른쪽에 앉았더라면.. 보수좌익, 친북우파?..;; 좌파가 갖고 있는 뭔가 불편..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자의 차이 … 마르크스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마르크스주의라고 하지만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가 살아 있을 때부터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으나 마르크스 본인이 그것을 거부한 바 있다. 20세기 초에 출현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표방한 마르크스주의를 마르크스가 보았다면 아마 자신의 이름이 부당하게 도용되었다며 흥분했을지도 모른다. 우선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주의 혁명은 제정러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단계를 충실히 거친 뒤 그 물질적 토대를 바탕으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생전 급진적 혁명론을 제시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혁명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욥 트류니히트 관련글 : 2009/07/09 - 미디어법 강행 노선을 보노라면 소햏이 가장 좋아하는 SF 소설은 《은하영웅전설》 되겠소.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다소 군국주의적 색채가 있기는 하오만, 참으로 재미난 작품이오. 삼국지에서 가장 혐오스런 인물이라면 단연 동탁인데,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욥 트류니히트'가 가장 비호감 되겠소. 그는 명색이 민주공화국의 수장이지만, 스스로 민주주의는 우민주의라 말하며 오로지 제 한몸의 안락과 권력을 위해 시민들을 거리낌 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선동가로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나라를 바쳐서 보신을 도모하고, 마침내는 그 꼴을 보다못한 식민총독에게 살해당하는 인물이오. 소설에서 그의 말년 중 한 대목을 보겠소. … 로이엔탈은 군사검열관을 돌아보면서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다...
미디어법 강행 노선을 보노라면 관련기사 : 미디어법 관련 보고서 '엉터리' 였다 … 문제는 한나라당의 모순적 태도다. 나경원 문방위 간사는 "KISDI 보고서는 엉터리"라면서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미디어법 처리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일자리 숫자보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어쨌든 자본이 투입되면 문화컨텐츠산업은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상에, 어쨌든 자본이 투입되면이라니..ㅎㄷㄷ 저런 어처구니 없는 논리와 근거로 법안처리를 강행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노라면, 《은하영웅전설》의 한 대목이 연상되는구료. "대군을 가지고 제국 영토 깊숙히 쳐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제국인들의 간담을 서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럼 싸우지 않고 후퇴한다, 그런 말입니까?" "그것은 고도의 유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