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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록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중에서


…《인구론》의 메시지는 너무나 단순명백한 것이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어느 시점에선가 반드시 파국이 찾아든다.…
 이 법칙이 타당하다면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생존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빈민을 구제하려는 모든 노력은 인구 증가를 부추겨 더욱 비참한 파국을 초래할 뿐이다. 맬더스는 여성의 품위를 해치고 난잡한 성생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산아제한에 반대했기 때문에 파국을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매년 죽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빈민들에게 불결한 습관을 장려하고 전염병이 잘 돌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유시민,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돌베개, 2002:67p.


경제학자의 '합리적인' 대책이란 이와 같이 매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오.
사람들에게 '경제를 살린다'는 말 뒤에 어떤 몰인정한 계획이 숨어 있는지 알아챌 눈이 있었다면, 그언젠가 누군가를 찍지는 않았을 테요.


 
…전염병과 인구 증가 사이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약품과 수술 등 의료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한 바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다. 그보다는 상하수도의 분리와 방역 등 일반적인 공중보건정책, 그리고 주거환경과 식생활의 개선 등으로 영아사망률과 전염병 사망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평균수명 연장의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니 의료기술이 더 발달하면 나도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 194p.


피폐한 주거환경과 불량한 식생활에 놓여있으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무덤을 열심히 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세기 전환기의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폴 크루그먼이 한 말이니 독자들께서는 믿으셔도 된다. 그는 『경제학의 향연』 서론에서 이런 취지의 좋은 말씀을 하셨다.

경제학이 원시과학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의학과 비슷하다. 당시 의학교수들은 인간의 신체기관과 작용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축적했고, 이를 토대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매우 쓸모 있는 충고를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병에 걸린 환자는 제대로 치료할 줄 몰랐다. 경제학이 이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다. 경제학자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단히 많이 알고 있지만 … 치료할 수 없는 게 많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나나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경제성장의 마법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을 회복하는 법도 모른다.

크루그먼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그 중에 국가의 경제정책적 권능과 관련하여 비교적 분명한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빈부격차와 불황을 비롯한 온갖 경제적인 악을 제거할 것처럼 큰소리치는 정치가를 믿지 말라. 무식한 돌팔이가 아니면 말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이 틀림없으니까.

- 248p.


이 책이 발행된 때는 2002년.
그 뒤로 5년 동안 저 명쾌한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했다면, 지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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